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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

    by. 지혜오르다

    목차

       

      지도 끝에서 시작된 질문,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처음 사하라 사막에 대해 들었을 때, 그것은 단지 ‘세상에서 가장 큰 사막’이라는 지리적 정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당신은 자신과 단둘이 있을 용기가 있는가?”라는 문장을 마주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저는 사하라의 모래 바다를 실제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해답을 찾아 이 땅을 건넙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모래 위에 첫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사하라사막

      1. 사하라는 장소가 아닌 감각이다: 낯선 침묵 속 첫날밤

      사하라에 발을 디딘 첫날, 하늘은 맑았고 모래는 바람에 쓸리며 파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한 낙타 트레킹은 생각보다 더 고요했습니다. 낙타의 발걸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곳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감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간, 소리, 존재감까지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곳. 사하라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첫 야영지에 도착했을 때, 텐트도 없는 열린 하늘 아래 침낭 하나에 몸을 맡겨야 했습니다. 해가 지고 나자 사막의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고, 별빛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추위 속에서 저를 감싸던 것은 외투가 아니라 하늘과 모래, 그리고 낯선 고요함이었습니다. 이 땅의 침묵은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래된 내면의 소리를 꺼내게 만들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들지 못했습니다. 모래 위에 누워 지난 삶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습니다. 익숙했던 모든 것이 이곳에선 무력해졌고, 그래서 더 진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사하라는 단순히 모래만 있는 곳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공간이었습니다. 여행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체험, 그것이 이 사막에서의 첫날밤이었습니다.

      2.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여정

      사하라 횡단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머리 위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구두 속에 스며드는 모래,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식사. 하루하루가 단순하고 반복되는 노동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도시의 삶에선 경험할 수 없는 ‘순수한 생존’의 감각이 존재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물을 아끼며 몸을 씻고, 그날 갈 방향을 정한 뒤 걷기 시작했습니다.

      낙타를 이끄는 베르베르족 가이드는 매 순간 조용했지만, 그 침묵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고, GPS도 없었지만, 별과 바람, 모래결만으로 방향을 찾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문명의 도구 없이도 살아가는 인간의 능력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사하라에서 하루를 살아낸다는 건 단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음식은 단순할수록 좋았고, 동행자와의 말은 짧을수록 진실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중요했던 명함, 직함, 외모 같은 것들이 이곳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대신, 인간 본연의 힘과 나약함, 그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3. 모래 폭풍과의 조우, 가장 겸손한 순간

      사하라에서 맞이한 셋째 날,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자연의 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예고도 없이 불어닥친 모래 폭풍은 눈앞의 시야를 완전히 가렸고, 우리는 급히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주저앉아야 했습니다. 바람이 몰아치며 입안에까지 모래가 스며들었고, 그 순간 이 사막은 더 이상 탐험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공포가 아니라 경외감이었습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며, 그 무력함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겸손함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동행 중이던 한 프랑스인은 그날 저녁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무언가를 얻으러 왔지만, 사실은 내려놓기 위해 온 것 같아요.”

      맞는 말이었습니다. 사하라는 당신이 지닌 모든 걸 시험합니다. 체력, 의지, 신념. 그리고 결국은 ‘내가 왜 여기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모래 폭풍은 지나갔고, 우리는 무사히 다음 캠프로 이동했지만, 제 마음속엔 그날의 경험이 오래도록 각인되었습니다. 거기에는 두려움보다 더 깊은 평화가 있었습니다.

      4. 왜 사람들은 사하라를 찾는가: 고독 속의 연대, 삶의 재정의

      사하라 사막을 건넌 이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돌아오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저도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외부의 소음이 차단된 상태에서 내면의 울림만을 듣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사막에서 외로움을 기대하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낯선 이들과 함께 불을 피우고, 손전등 없이 별빛만으로 식사를 하며 나눈 짧은 대화들 속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문화도 언어도 달랐지만, 우리는 모두 사막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연대감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감정이었습니다.

      사하라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극한의 환경을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을 비워내기 위해, 삶의 본질과 마주하기 위해 이곳으로 향합니다. 모래는 기억을 지우고, 침묵은 감정을 정리하며, 하늘은 당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도록 이끕니다. 사하라는 ‘살아가는 것’이 아닌, ‘존재하는 것’ 자체를 되새기게 하는 곳입니다.

      끝없는 모래 바다, 그 안에서 만난 나

      사하라 사막을 횡단한다는 것은 단지 육체적인 도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존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이자, 나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더 많이 가지는 삶’이 아니라 ‘더 적게 소유해도 괜찮은 삶’을 배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사막이 주는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사하라에 자신만의 이유를 품고 들어가고, 다른 사람으로 나옵니다. 때로는 답을 찾기 위해, 때로는 그저 묻기 위해.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여정을 마친 사람들의 눈빛은 이전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당신도 언젠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질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