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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

    by. 지혜오르다

    목차

       

      사막 여행을 가다

      금단의 땅, 그러나 끝없이 끌리는 그곳

      카일라스 산은 히말라야 깊은 곳에 위치한 해발 6,638m의 거대한 봉우리입니다. 아무도 오르지 않은 이 산은 단순한 자연의 절경을 넘어, 수천 년간 다양한 종교에서 신성시되어 왔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단순한 탐험 이상의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신비한 산에 끌려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 신이 머무는 산,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성역

      카일라스 산은 티베트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본교 등 4대 종교에서 공통으로 신성한 산으로 여겨집니다. 힌두교에서는 시바 신이 좌정한 곳이라 믿고 있으며, 티베트 불교에서는 밀라레파가 마라의 유혹을 이겨낸 수행처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수천 년의 신화와 믿음이 얽혀 있는 이 산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전과도 같습니다.

      제가 처음 티베트로 향하는 길에 올랐을 때, 현지인들은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도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카일라스 산은 등반이 금지되어 있으며, 산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코라(Kora)’라는 순례가 전통입니다. 52km에 이르는 이 순례길은 해발 5,630m의 돌마 라(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극한의 한계를 시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말하길, 육체의 고통보다 더 큰 변화는 내면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걷는 동안 과거의 상처와 번뇌가 하나씩 벗겨져 나가듯 사라지는 체험을 한다는 것이지요. 저 역시 고산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문득문득 마주하는 경이로운 침묵과 하늘빛에 내 마음이 치유되어 감을 느꼈습니다.

      2. 고통과 해탈의 경계에서 찾은 나 자신

      해발 고도 5,000미터를 넘기면서부터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밤마다 고산병의 두통과 구토로 잠을 설쳤고, 산소 포화도는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과연 왜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었다.”

      카일라스 산의 순례길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철저한 내면 탐험의 길이기도 합니다. 나약한 자아와 이기적인 욕망을 하나씩 내려놓아야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돌마 라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앞이 흐릿해졌지만, 그 흐림 속에서 오히려 진실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고개를 넘기 직전, 앞서 걷던 순례자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감정의 깊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깊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멈춰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저는 위로를 들었습니다. 이곳은 진정으로 자신과 대면하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3. 문명의 소음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만나는 길

      카일라스 산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험난하고, 오지에 가까워 외부와의 연결도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도 신호도 끊긴 그 공간에서는 오직 나와 자연, 그리고 드문드문 마주치는 순례자들만이 존재합니다. 처음에는 답답함이 밀려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요가 주는 해방감에 중독되어 갔습니다.

      한 텐트촌에서 만난 노승은 제게 말했습니다. “여기서는 삶의 본질만 남는다.” 그의 말이 처음엔 와닿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피로와 침묵을 마주하면서 그 의미를 점점 깨달아 갔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문명과 단절된 그 고지에서 저는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감각을 또렷하게 느꼈습니다. 숨을 쉬는 것, 걷는 것, 따뜻한 물 한 모금이 주는 감동까지. 카일라스는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한 산이었습니다.

      4. 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카일라스를 찾는가

      실제로 카일라스 순례 중에 목숨을 잃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고산병, 추위, 심장 이상 등 여러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매년 수천 명이 이 산을 찾습니다. 저 또한 그 질문을 안고 여정을 시작했지만, 끝날 무렵에는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마음가짐이 무너지면 어느 순간 돌아올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그만큼 깊은 깨달음을 주는 곳입니다. 나를 비우는 것,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것. 이 모든 이유가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병든 가족을 위해, 또 어떤 이는 인생의 전환점을 찾기 위해 이 산에 오릅니다.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가 ‘변화’를 경험합니다. 카일라스는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은 그 질문의 답을 찾아 산을 돕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축복이기도 합니다.

      신성함을 걷는 여정, 그 끝에 남는 것

      돌아오는 길, 저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습니다. 이 산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버리기 위해 찾는 곳이었습니다.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이 산에는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카일라스를 오르는 사람들. 그들은 사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벽을 넘고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 벽을 넘으면서 두려움 대신 평온을, 집착 대신 자유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신성한 산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 속에는 수많은 해답이 담겨 있었습니다.